금번 전세계적인 사태와는 별도로, 대략 1년 전부터 시작된 자가격리(?)의 시간이 이 날도 아무런 특이점 없이 전 날과 똑 같이 흘러가고 있습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사실 자가격리라고 표현하는 것이 옳은 표현 방법은 아닙니다. 그런데 왜 그런 단어를 사용하느냐 하면, 요즘 몇 달 동안 매일 매일 끊임없이 하도 귀로 듣다 보니, 그 단어가 머리 속에서 무럭 무럭 자라나서 아주 친숙하게 느껴졌고, 그리 저항감 없는 단어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냥 사용하는 겁니다. 아무런 깊이 없이.
샌드위치
진정한 의미로의 자가격리란 생각 보다 많은 것 들을 필요로 합니다. 먹고 입고 잘 것들 이외에, 자신에게 주어진 365일 하루 24시간이라는 방대한 시간 속에 자신을 위치시키다 보면, 자칫 풍랑을 만난 표류선처럼 방향을 잃고 헤매게 될 수도 있고, 사방을 둘러봐도 등대 불은 커녕, 실오라기같은 한 줄기의 빛 조차 찾지 못할 경우도 맞닥뜨릴 수도 있는데, 그런 상황을 만나면 당황스럽고 겁나고 두렵고, 앞으로 닥쳐올 지도 모를, 매 순간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두려움에 더하여, 좌절과 번민을 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 순간이 오면? 어떻게 하면 가장 좋을까요?
일단, 모든 것을 다 내려 놓고,,, 오랜 세월 동안의 경험에 의하면, 웃기게 들릴지 모르지만,,,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준비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농담이 아니라 진담입니다.
식빵 2개
음식이란, 살기 위해 먹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무엇인가를 잊기 위하거나 혹은 극복하기 위해 먹는 경우도 제법 많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잘~ 생각해 보세요.~
샌드위치?
특별한 기술이 요구되거나, 특별한 재료가 요구되는 메뉴라면 시작도 하지 않습니다. 그저, 나만의 샌드위치를 생각하면 됩니다. 잘 만들던 못 만들던, 맛이 좋던 없던, 지금은 그것이 중요한 순간이 아니니까요. 준비하는 과정이 중요한 순간입니다.
식빵 쪼가리 한 두 장씩 들은 다들 집에 있으시죠? 식빵의 종류도 상태도 지금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저 식빵이기만 하면 됩니다. (썩은 것만 아니라면요 ^^)
계란과 치즈
그리고, 생각을 해 봅니다. 그냥 식빵만 먹으면? 좀? 멍청해 보이지 않나요?
그러니, 집에 무슨 식 재료가 있나~ 궁딩이를 일으켜서 냉장고로 향해 봅니다.
막상 냉장고를 열어 보면,,, (실제로 자신이 일어나서 냉장고를 직접 열어 보는, 여기 까지가 일단계인데,,, 중요한 단계입니다. 여기까지 오면, 반은 성공한 셈이니까요.)
이것 저것 먹을 수 있는 것들이 생각보다 눈에 많이 뜨일 것 입니다.
아무거나 꺼내 봅니다. 계란? 치즈? 아무거나 좋습니다.
고기 덩어리
냉장고를 뒤지다 보니,,, 다른 식재료들도 눈에 뜨입니다. 제 경우는, 지난 번에 몇 번 먹다 남은 고기 덩어리가 남아 있습니다. 분명히 이것도 먹을 수 있는 식재료가 맞습니다. 먹을 수 있기만 하면 무조건 아무거나 다 된다니까요.^^
통삼겹 스테이크
아하~ 포장지를 한번 유심히 읽어 보세요. 식재료 포장지를 세심히 읽어 보는 일 따위가 처음일 경우도 있을겁니다. 그래도 미쳤다~ 생각하면서라도 한 번 읽어 보세요. 생각지도 못했던 내용이 있을 수도 있고, 아~ 그렇구나~ 하는 의외의 내용을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제 경우에는, 그냥 고기덩어리가 아니라 정확한 제품명은 통삼겹스테이크였습니다. 돼지고기였구만. ~ 씨제이에서 유통하고 있는 델리카트슨이라는 브랜드 제품이었군요. 포장지 뒷면을 한 번 읽어 보면, 어떻게 먹는 건지 자세히 설명되어 있습니다. 게다가, 유효 기간을 보니,,, 무한정 방치할 제품도 아니었습니다. 냉장고를 열어보길 잘했다고 느낍니다.
농협안심계란
방금 전 꺼낸 계란은 어느 회사 제품인가? 하고 궁금해 집니다. 계란 박스를 빼꼼이 쳐다 보니,,, NH안심 xxxxxx,,, NH라면 농협이라는 건 대략 들 알고 있습니다. 음,,, 농협 계란인데,,, 그 아래 숫자는 평소에는 관심이 전혀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순간에 만은 단 한 번 만이라도 알고 넘어가는 것이 재미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0331WSZRF2 : 0331(산란일 : 3월 31일), WSZRF(농가고유번호), 2(사육환경번호)
산란일은 저 계란의 생일 일테고, 농가고유번호 5자리는 조회해 보니, 제주도에 있는 더바른농장이라는 곳이라 하고, 맨 끝의 사육환경번호는 1~4번까지 있는데, 1 방사사육, 2 축사내 사육, 3 개선된 케이지, 4 기존 케이지사육 이라고 하는데,,, 1번이나 2번 정도가 더 좋을 듯 하네요.^^
매일유업 상하 더블업 체다 슬라이스 치즈
치즈 정체는 무엇 이었을까? 하고 보니, 매일유업에서 유통하고 있는, 상하치즈더블업이라는 체다슬라이스치즈입니다. 왜 제품명이 상하일까? 싶었는데, 아마도 생산 공장이 전라북도 공창군 상하면에 있는 매일유업(주)상하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이라서 그런 것이 아닌가,,, 그냥 이런 것도 생각해 보면 재미있지 않나요? 더블업 이란 말은 자사 일반 체다치즈 제품 대비, 숙성치즈 함량을 2배로 높였기 때문이라고 하고.
냉동실 식빵
식빵은 냉동실에 들어 있던, 여러 종류의 식빵류들 중 아무것이나 그냥 꺼내 왔던 것인데, 특별한 상표가 없는 것이,,, 아마도 동네 빵집에서 사다가 냉동실에 무심히 넣어 놓은 것들 중 하나 인 듯 합니다. 그러면서, 아~ 냉동실에 식빵 종류가 저것 한 가지가 아니고, 무려 4가지나 있었구나~ 알게 된 겁니다. 냉동실 안 쪽에 처박혀 있는 식빵이 있는 줄 모르고, 사고 또 사고,,, 그러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맥심 모가골드마일드와 모카골드 라이트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겠다고 했으니, 뭔가 같이 마실 것이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집에 널리고 널린 커피 들 중, 제가 제일 좋아라 하는 맥심모카골드마일드와 이 제품 400개 짜리 구매할 때 함께 받았던 증정용 맥심모카골드라이트를 각각 한 개 씩 꺼내서 두 봉을 한꺼번에 타서 먹을겁니다. 물론, 평소에 이렇게 먹지는 않은데, 이 날은 두툼한 샌드위치랑 먹을 것이니, 저런 믹스커피 한 잔 만으로는 좀 부족할 듯 해서요. 이런 포인트도 스스로 재미있다고 생각하면 재미있는 겁니다.
버터
주방 한 켠에, 매일 사용하고 있던 버터가 딱~ 1회분 남아 있는 것이 보입니다. 잘 되었다~ 저걸 오늘 싹 다 사용하고 치워버려야겠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1회용 무염버터는 냉장고 열어 볼 때 제법 많이 남아 있는 것을 보았는데, 저런 덩어리 버터는 저것이 마지막이라는 것도 자연히 알게 됩니다. 하나 또 사야겠구만~
오뚜기 올리브유 마요네즈
이건 지난 번에 와사비마요네즈 살 때 같이 샀던 오뚜기올리브유마요네즈입니다. 우리가 흔히 오뚜기마요네즈라고 칭하는 오뚜기골드마요네즈와의 차이점은, 원재료 중 국산 난백액 대신 스페인산 올리브유가 들어갔다는 부분 빼고는 모두 동일합니다. 가격은 조금 더 비싼 편이군요.^^
프라이팬에 올라간 통삼겹 스테이크
이제, 재료들은 한 번 씩 훑어 보았으니, 만들어서 먹을 준비를 합니다. 우선, 고기 덩어리가 아닌, 통삼겹스테이크(ㅋㅋ)를 구워야 합니다. 거창한 메뉴가 아니니, 큰 프라이팬 말고 계란프라이 정도 할 때 사용하는 작고 동그란 프라이팬에 통삼겹스테이크를 반으로 잘라서 놓아줍니다. 샌드위치에 삼겹살이라~~ ㅋㅋ 이것도 재미있지 않나요?
식빵에 버터와 마요네즈를~
식빵은 발뮤다토스트기에 넣어서 4분 구워냅니다. 식기 전에 잽싸게, 한 쪽에는 아까 마지막으로 남은 버터를, 그리고 다른 한 쪽에는 올리브마요네즈를 살짝 발라 놓습니다. 마요네즈까지?
이런 절차를 진행하면서 슬슬, 다 만들어서 먹을 때, 과연 그 맛은 어떨까? 라는 기대도 하게 되고, 상상해 보는 자체도 즐겁다고 생각하면 즐거운 것입니다.
잘 구어진 통삼겹 스테이크
이름이 삼겹살이라서 식용유를 아주 조금 밖에 넣지 않고 굽고 있습니다. 설명서에도 식용유를 넣고 구워내라고 되어 있습니다. 식용유를 너무 적게 넣었나 봅니다. 그래도 추가로 더 넣고 싶지는 않습니다. 명색이 삼겹살이니 말입니다. ~
계란프라이
이제 계란도 한 개 프라이해야 합니다. 계란프라이는 제가 음식들 중 다섯 손가락 안에 꼽아 주는 메뉴들 중 하나 입니다. 계란프라이는 맨날 먹어도 참 맛있다고 생각되니까요. 특히, 앞뒤로 익혀서 노른자가 다 익게 하는 방법 말고, 한 면만 익히는 Sunny Side Up을 제일 좋아라 합니다.
식빵에 올려진 통삼겹 스테이크
다 구워진 통삼겹스테이크를 버터 바른 식빵 위에 올렸습니다. 이대로 콱~ 먹어 버렸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꾹~ 참고 다음 과정도 진행합니다. 느끼한 거 싫어하는 경우에는 버터, 마요네즈, 삼겹살의 3중 조화가 못 마땅할 지도 모르겠으나, 저는 이런 조화를 좋아하기 때문에 이렇게 먹는 것입니다. 각자 자기 취향대로 먹고 싶은 재료를 올려서 먹으면 그 뿐입니다.
그 위에 치즈를~
거기다가 치즈까지~~ 뜨겁게 잘 구워진 삼겹살이 식기 전에, 치즈 한 장을 올려 줍니다. 그 열기로 살살 녹아 내리기를 은근 기대하고 있습니다. 점점 진행될 수록, 눈 앞에 그 결과 맛이 점점 모습을 들어내는 듯 합니다. 이제 거의 맛을 입이 아닌 머리로는 알 수 있을 듯 합니다. ^^
다시 그 위에 또 계란프라이를~
마지막으로, Sunny Side Up된 계란프라이를 뒤집어 올립니다. 분명히 먹다 보면 노른자가 터질 것이고, 그럼 그 노른자가 치즈 위로 내려와 주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입니다. 보기만 해도 군침이 마구 넘어 가고 있습니다.~~
뚜껑 덮어 ~
자 이제 식빵 뚜껑을 닫습니다. 이제 먹을라구요~~ 맛이 어떨까?
커피와 함께~
커피까지 준비해서 식탁에 앉습니다. 이 정도면, 그냥 샌드위치 따위가 아니라,,, 거의 수제 햄버거 수준입니다. 번도 위아래로 두 장이니,,, 갑자기, 토마토하고 상추가 없는 것이 아쉽다는 생각이 드네요^^ 만들다 보니, 욕심이 너무 커졌습니다.^^
보이는 그대로의 맛~
식빵 - 버터 - 통삼겹스테이크 - 치즈 - 계란프라이 - 올리브마요네즈 - 식빵
이 구조에서,,, 음,,, 아무래도 식물성 재료가 하나도 없는 것이 못 내 마음에 걸립니다. 그런데, 하필 이 날 따라 진짜 그런 종류의 재료가 하나도 없습니다. 뭐~ 비슷한 것이라도 있다면 넣어 주려고 했는데,,, 정말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김치를 넣을 수는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하하하
이제 그만 먹읍시다~
그냥, 감안하고, 맛있게 먹읍시다 커피하고 ~~
모양은 죽여주느만요~
이거 만들고 하는데 벌써 30분은 족히 지나갔고, 만들어 먹을까? 하고 생각하는데 역시 30분 정도 소요됐고, 먹는데 한 30분 치면,,, 이래 저래 하루의 1/12 즉, 2시간 정도는 그냥 휙 지나갑니다. 깨어있는 시간 중으로 치면, 1/8 정도가 지나가는 겁니다.
샌드위치와 함께 한 2시간의 일상~
맛이요?
어땠을 것 같나요?
맞습니다.~~
보이는 그대로의 맛입니다. 좋습니다.~
BUT, 아까 말 한대로,,, 야채나 채소가 1도 없어서,,, 조금은 퍽퍽했다고나 할까요?
전체적인 맛은 원하던 바로 그 맛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맛의 재료를 넣었는데, 다른 맛이 나겠습니까? ㅋㅋㅋ
주어진 환경에서, 이것 저것 탓하고 불평하지 말고, 그냥 재미있고 즐겁게 살아 가자구요.~
얼마나 살겠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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