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시간부터 처방전을 들고 오는 환자들이 더러 많았다. 내심, 어제와는 사뭇 다른 하루가 될 수도 있겠거니 생각까지 했었다. 유나씨를 휴가 보내고 난 터라 우리 3사람은 약간은 어색하지만 유나씨 업무까지 맡아가며 발빠르게 움직일 만발의 준비는 갖추어져 있었다.
한 10건 정도를 처리했던 것 같다.
순식간에 11시가 넘어버렸다. 그리곤 갑자기 버거킹이 먹고 싶어졌다. 점심시간까진 거의 2시간이 남았는데...
가운을 벗었다. 인터넷으로 알아보니 백마역지점이 제법 가까웠다.
막 나가려는 찰나에 처방환자가 다시 접수됐다. 전부 갈고 따르고 해야 할 소아환자들 약이다. 이리 저리 왔다갔다 하면서 약을 갈고 시럽제를 투약병에 따르고 가루로 된 약을 약포지에 분사해서 복약지도까지 마치고 나니 버거킹 생각이 어디론가 달아나 버린 후였다.
그렇지만 여전히 배는 고파야 할 것만 같은 생각에 식당에 주문을 하고...
장약사가 퇴근하기 1시간 전인 1시부터 길거리에 사람 그림자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러던 것이 지금 5시가 다 되어간다. 너무 심심해서 서울에서 아내가 경영하고 있는 새봄약국에 전화를 걸었다.
"난데...오늘 몇건이나 했어?"
"63건인가 4건인가..."
"그래? 왜 우리랑은 이렇게 차이가 나지?"
"거긴 문전이쟎아, 우린 오늘 소아과에 온 애들이 많았어. 선풍기나 에에콘 틀어놓고 잔 애들 배탈난거니 뭐니해서 말이야... 난, 6시에 문닫고 수영갈꺼야"
"알았다. 넌 좋겠다. 이따 밤에 보자"
전화를 끊고는 더 허탈해졌다.
무늬만 문전인 우리 약국은 아마도 휴가철이나 끝나는 무렵이 되야 활기를 되찾을 것 같다.
아무리 그래도 오늘 거리에 사람이 너무 없다. 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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