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을 돌아 보다가 한 의사의 기고를 보았습니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자신이 가지고 있는 소명에 대한 의식을 간결하게 잘 표현해 주었다고 느꼈습니다. 이런 전문인이 많은 세상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기고] 분만 의사로 남고 싶다 / 심상덕 | |
기고 | |
그래서 이제 합계 출산율 1.08명이라는 세계 최저 출산율을 기록한 나라가 되면서 많은 산부인과에서는 아기 울음소리가 더는 들리지 않는다. 마을에 아기 울음소리가 그치면 그 마을의 쇠락이 예정되어 있는 것처럼 산부인과에서도 아기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산부인과라는 학문으로서나 산부인과 의사 개인으로서나 그 존재 가치는 점점 줄어들 것이다. 의료 분야 중에서는 거의 유일하게 웃으면서 “또 오세요” 하는 인사를 건넬 수 있는 분야라는 장점 때문에 나는 열악한 근무 조건을 감수하고 산부인과를 천직으로 택했다. 밤낮 가릴 것 없이 출산하는 산모들로 온밤을 지새우는 힘든 근무로 한때는 산부인과 의사로서 장래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해 보기도 했다. 그러나 새 생명이 태어나는 순간을 함께한다는 벅찬 감격과 보람 덕분에 그런 고비를 잘 넘기고 아직까지는 산부인과 의사로 일하고 있지만 요즘은 또다른 걱정에 빠졌다. 출산을 위해 찾아오는 산모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병원 경영이 매우 어려워지고 있어 산부인과 의사로서 계속 남아 있을 수 있을지 하는 것이 걱정이다. 피부 미용이나 성형 등 수입이 어느 정도 보장된다는 영역으로 진로를 바꾸라고 주변에서 충고하지만 경영을 유지하기 위해 다른 어떤 영역에서 활로를 찾더라도 우렁차고 건강한 아기 울음소리를 들었을 때 얻을 수 있는 감격에 버금가는 기쁨을 얻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대부분의 산부인과 의사들은 체력이 허락하고 도저히 감수하기 어려운 위험하고 열악한 환경으로만 내몰리지 않는다면 언제까지고 분만하는 산모들을 만나고 싶어 한다. 그러나 현실은 30대의 젊은 산부인과 의사조차도 분만을 담당하지 않는 사람이 많아졌을 뿐 아니라 수련을 방금 마친 활기찬 젊은 의사조차 분만 이외의 영역을 공부해야 할 상황이다. 분만을 담당하는 산부인과 의사로 오래도록 남아 있고 싶다. 가장 감격적인 순간을 겪는 산모들의 도우미로, 건강하게 세상에 첫 얼굴을 내미는 아기들의 지킴이로 남고 싶다. 그러기 위해 자신의 몸을 빌려서 태어나는 생명이 안겨주는 기쁨이 사회적 인정이나 경제적인 안정 등 다른 어떤 것과도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크다는 것을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아기를 낳는다는 것은 세상에, 산부인과 의사에게, 그리고 무엇보다 자기 자신에게 소중한 선물을 주는 일이라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아기는 크게는 인류에게 다음 세상을 이끌어갈 기둥이며 좁게는 가족에게 삶의 기쁨을 주는 보물이다. 그리고 산부인과 의사들에게는 자신의 존재 의미를 느낄 수 있게 해주는 매우 소중한 존재다. 그래서 나는 사람들이 아기를 더 많이 낳았으면 좋겠다. 그리하여 나도 그런 소중한 존재들이 이 세상에서 건강하게 태어나도록 돕는 소중한 존재로 계속 남아서 인정받고 싶다. 심상덕 /산부인과 의사회 학술이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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