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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의약품 유통 시스템 실패의 교훈

by Good Morning ^^ 2006. 6.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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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탁상행정으로 360억원이란 국민 혈세가 낭비됐다니 어이가 없다. 보건복지부와 삼성SDS가 지난 4년간 끌어온 의약품 유통 종합정보시스템 구축 및 운용에 대한 손해 배상 분쟁에서 복지부가 재판부 조정결정을 수용키로 해 삼성SDS에 360억원을 물어주고 관련 시스템을 폐기 처분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번 일은 졸속 정책으로 막대한 국민 세금을 낭비했다는 점에서 무책임 행정의 대표적 사례라고 하겠다. 서울고등법원은 항소심에서 ‘복지부는 삼성SDS에 시스템 구축비 199억원을 포함해 360억원을 올해부터 2011년까지 매년 60억원씩 지급하라’는 조정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이번 일은 극히 일부 공직자의 허술하고 무책임한 행정이 공직사회 전체에 어떤 악영항을 주고 국민 세금을 허비하게 하는지를 단적으로 잘 보여 주는 사례다. 이 일은 현 정부가 추진한 것이 아니다. 과거 정부에서 추진한 것이다. 하지만 정책 추진 결과는 실패였고 그 대가로 국민 혈세를 허공에 날려 버린 것이다.

정부가 당초 이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한 당위성은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당시 의약품 유통을 둘러싼 비리가 빈발하는 상황에서 거래 투명성과 신속성 등을 이유로 이런 시스템 구축에 나선 것이다. 더욱이 우리는 IT강국으로 우리 기술을 활용할 경우 유통체계 현대화와 함께 의료보험·약재비 지급 개선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이에 더해 IT산업도 활성화할 수 있다. 의약품을 온라인으로 거래하는 의약품 유통종합정보시스템을 구축하면 비리를 막을 수 있다고 정부는 판단한 것이다. 대금 거래에 국가가 개입해 의사와 제약업체의 잘못된 연결고리를 끊겠다는 것이 구축 취지였다. 이에 따라 2000년 3월 삼성SDS는 시스템 개발에 착수했고, 2001년 7월 약제비 지급시스템을 제외한 주문·거래·통계분석 등의 시스템이 가동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2001년 7월 국민건강보험법 시행규칙에서 시스템 이용이 의무화되지 않았고 그 시행도 1년 이후로 연기되는 등 추진의지가 약해지면서 삼성SDS는 피해를 보게 된 것이다. 삼성SDS는 2001년 10월부터 네 차례에 결쳐 복지부에 시스템 인수를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삼성SDS는 이듬해 6월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2003년 7월 1심 재판부는 ‘복지부는 삼성SDS에 458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복지부는 항소했으나 5일 항소심 재판부가 조정 결정을 내렸고 복지부는 이를 수용했다.

의약품 유통체계 개혁을 통한 납품 비리 근절을 위해서는 병원·약국 등의 정보시스템 이용이 필수적이라는 정부 측 주장은 충분히 일리가 있다. 문제는 시스템 이용을 촉진하는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하는데 복지부는 후속 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못했다. 물론 대한의사협회·대한병원협회 등 이익단체 등의 반대도 심했다. 정책의 타당성이 인정된다고 해서 정부의 책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사전에 치밀하게 정책을 추진하지 못한 것은 비판받을 일이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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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일은 정부나 국민 모두에게 손해다. 정부는 국민의 불신을 사게 됐고 국민은 360억원이란 혈세를 날리게 됐다. 이처럼 정책이 잘못되면 시간과 돈·인력 등이 모두 쓸모없게 된다. 이번 일을 공직자들은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항상 치밀하게 구상하고 추진해야 정책이 성공할 수 있다. 정부가 아무리 의약품 유통 개혁이라는 좋은 목적을 가지고 추진한 정책이라도 실패하고, 그로 인해 막대한 혈세를 낭비한다면 책임소재를 철저히 가려야 한다. 이는 두 번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당사자들은 만약 자신의 돈이 들어간다면 이렇게 정책을 추진할지 자문해 볼 일이다.

○ 신문게재일자 : 2006/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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